산행기 (07년 이후)

지리산 천왕봉 1박 2일(19년 1월26~27일)

신상호 2019. 1. 27. 23:30

내 안에 잡념이 도사리고 생각이 정리 안 될 때 땀 흘려 자전거를 타거나 걷고 나면 새로 출발하는 기분이 든 적이 없나요?. 궁리 중에 겨울철 지리산을 오르기로 마음먹고 동반자를 구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덕유산 종주하자는 친구의 제안에 거절했는데 이번에는 제가 지리산 가자 하니 쾌히 좋다하네요. 참 너그러운 친굽니다. 영천에서 대전에 와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 보내고 합류하여 함께 지리산 백무동 가는 아침 7시10분 버스에 승차합니다.






백무동에서 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 대피소에 내려와 찍은 일락서산(日落西山). 대피소에서 친구 밥하는데 생수 가지러 나왔다 핸드폰으로 찍었습니다.







참샘 지나 대피소 오르면서 올라오는 친구의 모습. 이번 산행에 친구가 없었으면 혼자 아마 올라왔을 겁니다. 산악회도 누구 귀찮게 하지 않고 혼자 다니는 습관이 있어서 혼자 또는 둘이서 다니면 편할 때가 훨씬 많죠.

저 친구랑은 나이를 잊고 2박 3일 자전거로 다니면서 텐트 속에서 밤을 새운 적도 있으니 같이 다니면 더욱 편하고 든든합니다.






힘들게 올라와 장터목대피소 지나 제석에서 천왕봉을 향해서 걷다 멈추고 풍경이 좋아서 한 컷. 찬바람과 영하의 기온이지만 음악도 들으면서 천천히 걷습니다.







높은 산을 오르다 보면 다양한 지형을 지나고 예기치 않은 기상도 마주치게 됩니다. 그래서 겨울 산행 필수품은 꼭 챙기셔야 합니다. 응달지 곳은 상고대가 있어요.







나 자진도 모르게 눈 위에 벌러덩






바람 장난 아니네요. 오후에 천왕봉 정상을 밟아본 적이 기억에 없었던 것 같은데... 무박 내지 종주 산행 때 주로 아침에 올랐던 기억 뿐. 소원을 빌어보고 인증사진 담고 정상에서 해 넘어가는 일몰 풍경은 포기하고 하산.







대피소 취사장에서 많은 사람이 저녁 준비합니다. 친구의 취사도구는 부피도 크고 오래된 장비지만 추억이 많은 제품입니다. 휘발유 버너도 10년이 넘었답니다.

요즘 대피소 안에서 음주 흡연하면 과태료 물어야 합니다. 쓰레기 되가져가는 습관은 이제는 필수입니다. 따라서 대피소 매점에서 통조림과 라면은 판매하지 않습니다. 저도 통조림 가져가려다 포기~






겨울철 대피소 입실은 5시, 소등 8시 비수기라 여유가 있어서 좋습니다. 배정받은 2호실 66, 67 침낭을 가져갔기에 편하게 잘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음주하고 들어와 떠드는 사람 없어서 참 좋네요. 산행 문화가 선진국입니다. 상호는 모두 잠드는 밤에 카메라 가지고 나와 별 궤적 찍으려다 추위와 바람에 포기하고 대신 무수한 별들의 노는 모습을 구경하며 엄청나게 떨었습니다.


대피소 전광판 보니 최저 영하 18.5도 북서풍으로 풍력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합니다. 그런대로 잘 자고 아침 5시 일어나 여유 있어 카스에 사진 올리고 아침 생략하고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얼굴 감싸고 무거운 배낭 메고 나왔습니다.








 아침에 일출을 보기 위해 걷는 랜턴의 행렬을 볼 수 있었으나 사진은 찍기가 힘듭니다.

제석봉에서 여명이 트면서 아름다운 장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런 풍경을 보며 걷는 맛에 잠시 고생한다는 생각도 잊고 지나갑니다.





친구에게 추운데 무리한 퍼포먼스를 요구했습니다. 역시 멋 있지 않나요?







천천히 걷다 보니 정상에서 일출은 놓쳤어요. 200미터 후방에서 일출을 맞이합니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과 함께 어둠에 숨죽여 있던 산의 기상이 솟아납니다.

멀리 보이는 연무와 능선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높은 정상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아름다운 파노라마 한참을 보고 또 보며 호연지기를 합니다. 기쁨이고 호쾌한 장면은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중산리 하산 코스는 짧은 코스지만, 급경사가 많아 내려올 때 주의가 요망되죠. 대체적으로 이 코스는 눈이 녹아 높은 돌계단을 내려와야 하기에 무릎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 두 사람은 천천히 내려오다 대피소에서 어제 먹다 남은 찬밥에 누룽지 넣어 끓이고 햄과 토마토 그리고 삽겹을 섞어 성찬을 만들어 김과 함께 먹었습니다.

 

정 셰프의 숨은 실력은 야외 나오면 진가를 발휘하죠. 그는 항상 늘 때때로 이런 말 자주 하죠 "야외 나와도 격조 있게 먹자" 사실 저는 산행 시는 행동식 위주형인데 친구를 만나 잘 먹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준비물 주고받는 가운데 제가 준비한 버너 코펠과 먹거리는 전부 빼놓고 월동장비와 보온 대책하고 가볍게 준비하라는 배려에 감사할 뿐입니다.







기름에 마늘은 살짝 볶습니다. 햄을 썰어 놓고 마지막에 토마토를 익혀서 내놓으니 맛과 영양 만점이죠.







평지 1.9km 걸어 내려와 기다리다 진주행 버스 승차, 버스가 예전 탔던 버스에 비하면 고급 버스 1시간 20분 소요










토요일이라 매진될까 봐 버스 안에서 시간 맞춰 예매했는데 내려서 보니 5분 정도 남은 앞차로 바꿔줄 수 있냐고 물으니 만차라네요.

산행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2시간 동안 편하게 자며 올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자가용 이용을 안 하는 편입니다. 복합터미널에서 집에 도착 아내가 준비한 맛있는 저녁을 하며 많은 추억을 남겼던 1박 2일의 여행을 마칩니다.


집에 도착하여 밥 먹고 흔적 남기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 "고생 끝에 낙이 온다."





♥♥♥ 영상 ♥♥♥

폰 사진으로 만든 영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