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말이라 계속되는 모임으로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있다.
술 마신 다음 날은 집에서 쉬며 오장을 다스려야 하는데 아침부터 머리도 아프고
화장실을 두번 ㅎㅎㅎ
잠에서 깬 나는 아침 밥 하러간 마누라에게 주문한다...
" 여보 도시락 싸요"...
"....."
이른 새벽 계룡산은 사람이라곤 보이질 않는다.
겨울 새벽부터 산을 찾을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있을리 없지
겨울산이면 지리 ,설악,덕유,소백이 많겠지...
큰배재를 지나 남매탑에 이르러서야 몇사람을 만난다.
반갑다.^^ 서로 바라만 봐도 ...
남매탑 돌의자에 앉아 배즙하나 꺼내 마시며 삼불봉 자연성능 코스로 향한다.
삼불봉에 도착하니 장관이다.
그런데 머리를 늘어트린 할머니 한분이
" 혹시 아저씨 담배 있으면 하나 ..."
"...." 한참 기다리다 죄송합니다..."할머니 그런데 이른 새벽에 이곳에 무슨일로?..."
"...." 말이 없다. 무속인 같기도 하고 기도하고 가는 사람같아 혼을 흔들까 봐...더 이상 묻지 않았다.
삼불봉에서 바라본 배경
산정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눈꽃 설경이나 상고대인데 이상기온으로 가을에 볼 수 있는 운해가 가득하다.
기분 좋은 징조다.
사람도 없어 혼자 보기는 아까운 선물...대자연이 주는 축복을 한 몸에 받으며 신선된 착각으로 팔짱을 끼고 한 동안 바라본다.
갑사쪽에서 부는 미풍으로 자연성능에서 동학사 엄사쪽은 구름으로 가려 보이질 않는다.
피어 올랐다 다시 사라지며 가라앉는 풍광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이곳 삼불봉에서도 30분넘게 쉬면서 겨우 사람을 만난다 ...반갑다.
남매탑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되돌아가거나 갑사 방향을 가고 그 뒤에 올랐던 사람인것 같다.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부탁한다. 사진을 찍어주고 쏜살같이 도망가는 모습이 궁금하다.
저마다 사연이 있으니 그 속,말을 하지 않구선 알 수가 있나?
이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발걸을 옮겨 관음봉을 향한다.
한자리에서 주위만 바라보며 한시간 가까이 있었지만, 머문 사람이 없다.산에 오면 모두 바쁘다...
앞서 간 사람이 궁금하고 무섭기까지 하다. 노란색의 고양이 두마리가 나타난다.
빈손을 내미니 가까이 다가오는 걸 봐서 배가 고픈가 보다.
도둑고양이지만 생김새로 봐서 집 고양이와 별반 다를바 없지만 높은산에서 본 고양이는
무섭다.
수현 엄니가 싸준 따끈한 홍삼물을 마셔셔인지 기운이 감돈다. 머리도 개운해지고...
생각해보면 감사할 일이 많다 .
이런 시간을 갖게 해 준 가족에게 감사하고 두 다리가 멀쩡함에 감사하고 너무 많다.
사람은 집을 떠나 고생을 해봐야 감사할 줄 알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게된다.
지금쯤 방에서 앉아 있으면 여보 죽~ ...물....뭐 먹을거 없어? 하다 눈치 볼터인데
땀 흘리고 올라 대자연의 선물을 받고 보니 기분도 좋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행복...
미끄러운 바위를 지나면서 능선이다보니 주위의 배경은 시시각각 변한다.
사진을 찍으며 걷고 또 걷지만 위험하다.
사람을 만난다. "안녕하세요?""수고 하세요"
대전 시내에서 만난다면 각자 일에 바빠 아는체도 안하는 사람들인데
산에서 만나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인사가 절로 나온다.
자연성능은 아름답다.
멀리 갑사쪽에 저수지(이름이 생각 안남)도 운해에 가려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철제 기둥에 기대어 세월을 낚고 있다. 가기싫다...
배낭에서 자켓을 꺼내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보고 싶다.
카메라만 좋으면 생동감있는 풍경을 담아보고 싶은데 아쉽다.
요즘 보통 DLSR 100만원 안팎이면 괜찮다고들 하는데
차도 사야하고,카메라도 사고 싶고,클럽도 바꾸고 싶고,할 게 너무 많으니 박봉에 꿈도 크다. ㅎㅎㅎ
저 구름위에 머리를 내민 산이 엄사뒤 '적상산'이다.
올 가을 우리가 함께 오르다 말았던 산.... 대전에 있는 사람이나 엄사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산...신년초가 되면 산악회에서 단체로 찾아오는 산...
작년 1월1일 이창우,최근환 셋이서 새벽 6시에 올라 일출보고 내려오다
마을 청년회에서 제공하는 떡국과 술 . 떡으로 허기를 채운적이있다.
우리나라 참 살기좋은 나라다,
동짓날 대청호위에 절을 지나다 동지죽으로 공양하고 사월 초파일 남매탑아래 계명정사에서 점심을 ....
2008년 1월1일 일출도 적상산에서 맞이 할 예정이다.
엄사중학교에서 6시 20분쯤 오르면 될듯 싶다.
이 글을 읽는 회원님 의향있으시면 전화해서 같이 갑시다.
그 날 마침 산악회에서 간다는 공지도 봤으니 많은 인파가 찾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자연성능을 지나며 한 젊은 청년을 만나게 되는데 배가 고픈 모양입니다.
은선폭포에서 관음봉을 지나 오는 코스로 인사정도 나누고 지나칠 사람인데 정겹게 말을 건내며...
얼마나 가면 동학사에 도착할 수 있습니까? 코스는 어렵지 않습니까?
이곳까지 오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
어깨에는 카메라 다리를 짊어지고 DLSR은 목에 메고 보아하니 값이 나가는 듯합니다.
니콘이란 상호를 확인하고 가격을 물어봤습니다.
몸체가 80만원에 렌즈는 120만원짜리... 사진 찍으러 가볍게 생각하고 왔나본데 고생한 흔적이 역역합니다.
배가 고프다는 말에 아내의 정성이 들인 도시락을 꺼내 같이 먹습니다.
제대후 삼성에 취직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사진 찍는 게 취미라 혼자서 천태산 ,그리고
계룡산을 찾았다는 당돌한 젊은이....아들 또래지만 도전정신이 있어 보이는 젊은이였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처럼 맛있는 반찬과 밥은 처음 먹어본다며 칭찬도 아끼지 않는 젊은이
감사하다는 말을 늘어놓고 떠납니다....
오던 길을 뒤돌아보며 사진을 찍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늘 느끼는 점이지만 한걸음 한걸음이 대단하다는 걸....
지나온 뒤를 돌아보면 절로 까마득한 거리를 보며 만족할때가 있지요
오늘 코스야 멀지 않지만 백두대간을 몇구간 뛰면서 느낌이였는데 이런 감정을 더욱 실감나지요...
사진위 왼쪽에 보이는 삼불봉에서 시간 넘게 유유자적했고 계단을 타고 급경사를 내려왔지만
불가 7-8년전만 해도 계단이 없어 손발로 엉금엉금 올랐었는데 ....
국립공원은 예전에 비하면 너무 좋아졌습니다.
이 엄동설안에도 산장에는 추위를 못 느끼며 잘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고 위험구간은 계단으로
설치해 놓았으니 예전에 비해 여유있게 산행하기 참 좋습니다.
계룡산 코스 평소 같으면 3시간 30분정도인데 오늘은 여유를 부리며 가기로 했습니다. ...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햇님은 나타나질 않네요 우주의 공간에서 별님과 술마시고 늦잠 주무시나? ㅎㅎ
구름보자기에 휩싸여 일어나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천천히 내려갑니다.
엊그제 내린 비로 바위가 미끄럽고 위험합니다.
관음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조심해야 합니다. 관음봉에서 은선폭포 - 동학사를 내려오면서 어둠의 터널을
걷는 기분으로 주위를 볼 수 없었고 내려와서야 시야가 트임을 알 수있었습니다.
가볍게 커피 한잔 마시고 오늘의 무사한 산행에 감사하며 집으로 향합니다.
행복한 산행이였습니다.
술을 빗대어 오른 계룡산이였지만 자연의 신비함에 힘든 줄 모르는 산행이였습니다.
2007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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