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 대청호에 이어 오늘은 구봉산에 올랐습니다.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아침은 더할 나이 없이 편안하고 행복합니다.
산행 시간이야 1시간 남짓, 정상 팔각정에 올라 내려다보고 내려오는 정도인데 그런데 오늘은 신이 커다란 선물을 내려주셨습니다.
아뿔싸 노루 벌의 평화스러운 농촌 마을이 운해에 묻혀버렸습니다. 노란 들녘도 흐르는 강물도 초가집에서 떠오른 연기도 이 시간 만큼은 숨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며칠 전에는 운해 속에서 어미 송아지 울음소리가 슬프게 들려왔는데 오늘은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합니다. 저에게 무한한 감동을 주는 산이 있기에 기대를 하고 찾아왔습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운해의 물결에 감동먹었습니다. 자리에 덥석 앉아야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황홀한 풍경이 사라진다 해도 저는 이 자리를 일어서지 못할 것 같아요.
넋 나간 사람처럼 취해있을 테니까요.
자연의 신비스러움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순간입니다. 신은 인간에게 아름다움만을 보여 주지는 않죠. 눈보라 치는 추운 겨울에 오르지 못하고 돌아온 적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다르네요.
10월의 구봉산이여!
곱게 단장한 너의 모습은 대전의 명품임에 틀림없도다.
바위틈 사이에 뿌리내린 교목에도 단풍이 하나둘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낙엽이 지고 앙상한 가지 북풍에 흔들리는 모습도 눈보라에 상고대가 되어 얼어있을 풍경도 그려집니다. 그때는 새로운 각오로 다시 오르렵니다. 역시 구봉산이 가까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리 봐도 뒤를 돌아봐도 멋진 풍광입니다. 아 ~ 멋진 가을이여!
10월의 구봉산이여 내 작은 가슴으로 노래하리
이제는 일어서렵니다. 눈이 아퍼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구봉산이여!
너의 이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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